닳는 일과 퍼지는 일을 구분하는 법
외국 카지노 딜러에서 IT 개발자가 된 이유
캐나다 카지노에서 2년. 일이 능숙해질수록 또렷해지던 회의감이, 결국 개발이라는 답으로 저를 데려왔습니다.
밴쿠버의 카지노에서 외국인 딜러로 일했습니다.
매일 밤 세계 각국에서 온 손님들이 제 테이블에 앉았고, 칩을 셔플하고 카드를 돌리며 그들과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한국에서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했다면 절대 마주하지 못했을 풍경이었습니다. 솔직히,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2년쯤 지났을 때, 문득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결국 제가 하는 일은 테이블 너머에 앉은 사람들의 돈을 가져오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이 능숙해질수록, 제가 만들어내는 가치와 받는 보상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감각이 또렷해졌습니다.
그때는 이름 붙이지 못했던 그 감각을, 한참 뒤에야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일할수록 닳는 일이 있고, 일할수록 퍼지는 일이 있다.
그 시점부터, 결이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서 가져오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더해지는 일. 한 번 만든 결과물이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답은 개발이었습니다.
제가 프로덕트를 한 번 만들어 두면, 자는 동안에도 그 프로덕트가 누군가의 일을 도왔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 없어도 가닿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든 작은 프로덕트가 누군가에게 실제로 쓰이는 걸 봤을 때, 카지노 테이블에서 손이 빨라질수록 또렷해지던 그 균열이 옅어지는 감각이 들었습니다.
밴쿠버의 일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날 교보문고에서 흥미로 스도쿠 책 한 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스도쿠를 코드로 풀어보면서 개발을 더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한동안 혼자 책으로 익히다가, 더 깊이 가고 싶어 부트캠프에 들어갔습니다.
그 안에서 흥미는 단단해졌고, 그렇게 제 개발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